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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및 투자

투자자의 독백 #1 – 반도체를 놓치고 파란 계좌 앞에서 든 생각들

by SuperJoon 2026. 7. 2.

오늘도 습관처럼 주식 계좌를 열었습니다.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으니까요.

역시나 계좌는 온통 파란색이었습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계좌를 보는 것보다 뉴스를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오늘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을까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뉴스는 또다시 반도체 이야기였습니다.

외국인 매수.

AI 수혜.

신고가.

사상 최대 실적.

반도체를 빼고는 시장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반도체를 빼면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조금 과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요즘 시장만 놓고 보면 그렇게 느껴집니다.

지수는 오르는데 내 계좌는 오르지 않습니다.

뉴스는 좋은데 내 마음은 좋지 않습니다.

같은 시장을 보고 있는데도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아마 이런 기분을 느껴본 사람은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저는 반도체를 몰라서 안 산 것이 아닙니다.

좋다는 이야기는 누구보다 많이 들었습니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

HBM이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

메모리 업황이 살아난다는 이야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종목이라는 이야기.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사지 않았습니다.

왜였을까요.

생각보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너무 많이 올랐는데 지금 들어가도 될까?'

그 한마디였습니다.

주식을 오래 하다 보면 이상한 버릇이 생깁니다.

오르면 무섭고,

내리면 더 무섭습니다.

오를 때는 꼭대기일까 봐 겁이 나고,

내릴 때는 바닥이 아닐까 봐 또 겁이 납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끔은 그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시장은 참 잔인합니다.

망설이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이제는 늦었겠지.'

라고 생각하면 또 오르고,

'설마 여기서 더 가겠어.'

라고 생각하면 또 오릅니다.

반도체가 틀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은 계속 반도체가 맞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제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계속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돈이 다른 업종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자동차도 있고,

바이오도 있고,

금융도 있고,

조선도 있고,

방산도 있고,

원자력도 있고,

건설도 있습니다.

시장에 산업이 이렇게 많은데 왜 돈은 늘 한곳으로만 몰리는 것처럼 보일까.

순환매라는 말 수도 없이 들었지만, 정작 그 순환이 언제 시작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요즘 들어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반도체는 언제까지 시장의 중심일까.

이 질문은 반도체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시장에는 늘 새로운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반도체를 놓친 사람에게도,

다른 업종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웃음이 났습니다.

'이 좋은 시장에서 돈도 못 벌고 계좌가 파란색이라니...'

누가 보면 참 바보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주식을 하다 보면 수익보다 더 아픈 것이 있습니다.

남들은 다 버는 것 같은데 나만 못 버는 것 같은 기분.

어쩌면 그것이 계좌의 손실보다 더 큰 스트레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익 난 계좌는 쉽게 보여줘도,

파란 계좌는 쉽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이런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비웃지 않을까.'

'주식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글을 쓰냐고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생각도 들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가운데도,

뉴스에서는 연일 축제 분위기인데 정작 자신의 계좌는 조용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반도체를 안 산 이유가 무지해서가 아니라,

너무 신중했기 때문인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글은 적어도 저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오늘도 제 계좌는 여전히 파랗습니다.

내일도 그럴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저는 반도체를 놓친 것보다,

망설임이 습관이 되어버린 제 자신을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진짜 투자해야 할 대상은 종목이 아니라,

결정을 미루는 제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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