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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및 투자

투자자의 독백 #3 - 기다림도 투자라고 믿고 싶었다

by SuperJoon 2026. 7. 2.

주식을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처음에는 신중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충분히 오른 종목은 피하고,

시장이 과열되었을 때는 현금을 보유하는 것도 투자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쉬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정이 오면 그때 좋은 종목을 천천히 담으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 계획은 꽤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제 계획을 전혀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기다리던 조정은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장은 계속 올라갔습니다.

처음에는 담담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

'조금 더 오르면 오히려 부담스럽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뉴스를 보면 시장은 또 올랐고,

관심 종목도 또 신고가를 만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이상한 감정이 생겼습니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제가 더 불안했습니다.

현금은 안전하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상승장에서는 현금도 불안해집니다.

계좌는 그대로인데,

시장만 계속 앞으로 달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계속 설득했습니다.

'기다림도 투자다.'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실력이다.'

그 말을 믿고 싶었습니다.

아니, 믿어야만 했습니다.

지금 들어가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정말 나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실패가 두려워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생각해 보면 저는 시장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제 불안을 합리화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조정이 올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반도체가 꺾인다는 근거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이상하리만큼 확고했습니다.

왜였을까요.

아마도 높은 가격에 사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혹시 내가 사는 순간부터 떨어지면 어쩌나.

괜히 꼭지에서 사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

그 두려움이 저를 계속 제자리로 붙잡아 두었습니다.

주식은 참 이상합니다.

떨어질 때는 더 떨어질까 봐 못 사고,

오를 때는 너무 올라서 못 삽니다.

결국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이 시장은 또 움직였습니다.

어느 날 계좌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현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현금은 그대로 있었지만,

시간은 이미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이라도 무조건 따라 들어가는 것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고,

기다림이 옳았던 순간도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제가 뒤늦게 깨달은 것은 하나였습니다.

기다림은 분명 투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다림이 투자는 아닙니다.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기다림이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기다림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기다림에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망설임일 뿐입니다.

오늘도 제 계좌에는 적지 않은 현금이 남아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것이 마음의 여유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보다,

왜 아직도 현금을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정말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결정을 미루는 것을 투자라고 믿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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