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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및 투자

투자자의 독백 #9 - 운을 실력이라고 믿었던 날

by SuperJoon 2026. 7. 12.

주식을 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계좌가 크게 불은 날도 아니었고,

오랫동안 기다리던 종목이 신고가를 만든 날도 아니었습니다.

처음으로 제 예상이 정확하게 맞았다고 믿었던 날이었습니다.

그 종목은 우연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별한 분석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펴본 것도 아니었고,

산업을 깊이 공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왠지 오를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올랐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계좌에 수익이 찍히는 순간 기분이 묘했습니다.

돈을 번 기쁨보다,

'이제 나도 보는 눈이 생겼구나.'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뉴스를 보는 눈도 달라졌고,

차트를 보는 마음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감이 아니라 착각이었습니다.

한 번 맞았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도 계속 맞을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주식은 참 이상합니다.

손실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지 못할 때가 있지만,

한 번의 큰 수익은 사람을 쉽게 자신만만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그다음 투자부터는 이상하게 종목을 고르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고민하던 일도,

'이번에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쉽게 결정했습니다.

수익이 실력을 증명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금세 제 착각을 알아챘습니다.

이번에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기다려도,

버텨도,

평균단가를 낮춰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번 정말 내가 잘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 걸까.

그 질문 하나가 제 투자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시장은 한 번도 저에게 실력을 인정해 준 적이 없었습니다.

저 혼자 과대평가했을 뿐이었습니다.

한 번의 성공으로 스스로를 유능한 투자자라고 믿었고,

한 번의 수익으로 제 판단을 과신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가장 위험했던 것은 손실이 아니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자신감을 부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운을 실력이라고 믿는 순간,

사람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을 잃어버립니다.

바로 신중입니다.

앞으로 저는 수익이 나도 한 번쯤 더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운이었을까.'

그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수익이 내일의 손실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수익이 나면 제 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시장은 가끔,

실력이 아니라 운에도 보상을 줍니다.

중요한 것은 돈을 번 사실이 아니라,

왜 벌었는지를 끝까지 묻는 일입니다.

오늘의 한 줄 독백

그날 제게 찾아온 것은 운이 가져다준 수익과, 제 자신에 대한 착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