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을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거짓말이 있습니다.
남에게 한 거짓말이 아닙니다.
제 자신에게 했던 거짓말입니다.
'본전만 오면 바로 팔겠다.'
처음에는 그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실이 조금씩 커질수록 욕심은 사라지고, 본전만 되찾으면 미련 없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매일 계좌를 열어보며 같은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조금만 더 오르면 된다.'
'본전만 오면 다시는 이런 실수 안 한다.'
그 말은 참 그럴듯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굳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정말 본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조금만 더 가지 않을까?'
'며칠만 더 기다려 보자.'
'이제 상승 추세로 바뀐 것 같은데?'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본전만 오면 팔겠다고 다짐했는데, 정작 그 순간이 가까워지자 또 다른 이유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팔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제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방향을 바꾸곤 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기다렸던 것은 본전이 아니었습니다.
더 큰 수익이었습니다.
사람은 손실을 보면 현실적이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손실이 클수록 더 큰 기대를 품기도 합니다.
잃은 것을 한 번에 되찾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전만 오면 팔겠다'는 말 속에는 이미 또 다른 욕심이 숨어 있었습니다.
주식을 오래 하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숫자를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계좌가 마이너스일 때는 본전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본전에 가까워지면 그 숫자는 금세 의미를 잃습니다.
이번에는 수익이 눈에 들어옵니다.
'5%만 더.'
'10%만 더.'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본전은 목표가 아니라 지나가는 지점이 되어 버립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입니다.
손실이 날 때는 본전만 바라보고,
본전이 되면 수익을 바라보고,
수익이 나면 더 큰 수익을 바라봅니다.
우리 마음은 늘 지금보다 조금 더 앞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족이라는 단어는 투자에서 참 만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시장이 저를 속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차트가 속였고,
뉴스가 속였고,
예상과 다른 흐름이 저를 힘들게 만들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많이 저를 속인 사람은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이번 한 번만.'
'조금만 더.'
'본전만 오면.'
그 말들은 모두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한 문장이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위로가 되었지만, 결국 결정을 미루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본전'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합니다.
본전은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주는 숫자가 아닙니다.
후회를 없애 주는 숫자도 아닙니다.
그저 계좌에 찍히는 하나의 가격일 뿐입니다.
그 숫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수록 제 마음은 더 흔들렸습니다.
오늘도 제 계좌에는 아직도 본전을 기다리는 종목이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평균단가를 확인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봅니다.
'지금도 이 종목을 사고 싶은가?'
만약 지금 처음 보는 종목이라면 나는 이 가격에 기꺼이 매수할 것인가.
그 질문에 선뜻 '아니'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어쩌면 답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주식은 숫자를 계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투자는 숫자보다 마음을 다루는 일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식을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거짓말은,
시장을 향한 말이 아니라 제 자신을 향한 말이었습니다.
'본전만 오면 팔겠다.'
돌이켜 보면 그 말은 다짐이 아니라, 결정을 미루기 위해 스스로에게 건네던 가장 익숙한 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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