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이상한 착각을 하나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돈을 버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유튜브를 켜면 수익 인증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며칠 만에 수익률이 50%를 넘었다는 글이 보였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신고가를 이야기했고,
증권 방송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계속 떠들어 댔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웃고 있는 투자자들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좌를 보는 저만 웃지 못했습니다.
파란 숫자는 늘 제 계좌에만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종목을 잘못 골랐고,
매수 타이밍도 틀렸고,
공부도 부족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영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전문가를 찾아다녔고,
더 많은 종목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부를 할수록 마음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누구는 반도체로 수익을 냈고,
누구는 AI로 돈을 벌었고,
누구는 바이오에서 큰 수익을 올렸습니다.
저는 늘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좌보다 더 힘든 것이 생겼습니다.
비교였습니다.
시장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과 제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나만 이럴까.'
'왜 나는 항상 한발 늦을까.'
'혹시 나만 투자에 소질이 없는 걸까.'
그 질문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투자자의 말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수익 난 종목만 이야기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멈췄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누군가는 크게 손실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저처럼 현금을 들고 망설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성공한 투자만 기억하고,
실패한 투자는 조용히 마음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늘 성공한 사람들만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수익보다 제 원칙을 더 자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얼마를 벌었는지보다,
내가 왜 이 종목을 샀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흔들립니다.
수익 인증 글을 보면 부럽고,
급등한 종목을 보면 아쉽습니다.
사람인 이상 비교를 완전히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투자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내 계좌는 다른 사람의 수익률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내 계좌는 어제의 내 판단과 마주할 뿐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비교를 줄이려고 합니다.
남들이 얼마나 벌었는지보다,
내가 조금 더 좋은 투자자가 되었는지를 돌아보려고 합니다.
주식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손실이 아니었습니다.
남들은 모두 잘하고 있다는 착각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만들어 낸 그림자였습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큰 수익을 올린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손실을 견디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후자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 계좌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남들의 계좌가 아니라,
제 계좌를 이해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투자자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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